사주기초
공망(空亡)이란? 비어 있는 자리의 의미
글 · 현담(玄潭) · 사주맨 편집장 2026년 1월 15일
사주를 풀이하다 보면 ‘공망(空亡)‘이라는 말을 만나게 됩니다. ‘빌 공(空)‘에 ‘없을 망(亡)‘을 더한 글자라 어쩐지 불길해 보이지만, 뜻을 차분히 풀어 보면 생각보다 담담한 개념입니다. 공망은 사주의 어느 자리가 ‘비어 있다’는 표시일 뿐, 그 자체로 나쁜 운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공망이 왜 생기는지, 자리에 따라 어떻게 풀이하는지, 그리고 비움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은지를 쉬운 말로 살펴보겠습니다.
공망이란 무엇인가 — 짝을 못 찾은 두 글자
공망은 60갑자(六十甲子)를 헤아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천간(하늘 기운을 나타내는 글자)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열 개이고, 지지(땅 기운을 나타내는 글자)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열두 개입니다. 천간 열 개와 지지 열두 개를 차례로 짝지어 나가면, 지지 쪽이 두 개 더 많아 천간과 짝을 이루지 못하는 지지 둘이 남습니다. 이렇게 짝을 못 찾고 비어 버린 두 지지를 공망이라 부릅니다.
쉽게 말하면 — 짝짓기 놀이에서 인원이 안 맞아 둘만 짝 없이 남는 것과 같습니다. 천간보다 지지가 둘 많아서, 매번 지지 두 글자가 짝 없이 비게 되는데 그 둘이 공망입니다.
공망은 보통 태어난 날을 나타내는 일주(日柱)를 기준으로 찾습니다. 예컨대 갑자(甲子)일에 태어났다면, 그 일주가 속한 갑자 묶음에서 술(戌)과 해(亥)가 짝을 얻지 못해 공망이 됩니다. 이처럼 일주가 어느 묶음에 드느냐에 따라 공망이 되는 두 지지가 정해집니다. 손으로 헤아리기는 번거로우니, 생년월일시를 넣으면 사주를 자동으로 보여 주는 무료 사주 풀이에서 공망 자리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편합니다.
공망이 생기는 원리 — 60갑자의 빈자리
좀 더 들여다보면, 60갑자는 천간 열 개가 여섯 바퀴, 지지 열두 개가 다섯 바퀴를 돌아 처음으로 다시 맞물리는 60개의 간지 묶음입니다. 이 60개를 열 개씩 끊으면 여섯 개의 묶음이 되는데, 각 묶음마다 천간은 갑부터 계까지 꼭 한 바퀴를 돌지만 지지는 두 글자가 모자라거나 남습니다. 그 남는 두 지지가 곧 그 묶음의 공망입니다. 60갑자를 열 칸짜리 표 여섯 줄로 적어 보면 이해가 쉬운데, 줄마다 끝에 지지 두 글자가 천간 짝 없이 삐져나오고, 바로 그 두 글자가 그 줄에 속한 사주의 공망이 됩니다.
그래서 공망은 무슨 신비한 기운이 아니라, 숫자가 안 맞아 생기는 구조적인 ‘빈자리’입니다. 짝을 이루는 천간이 없으니, 그 지지에 깃든 기운이 온전히 받쳐지지 못하고 어딘가 비어 있는 듯한 상태가 된다고 풀이합니다. 명리에서 공망을 ‘채워지지 못한 자리’, ‘실속이 덜한 자리’로 보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빈자리이니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그 힘이 조금 덜어진다는 관점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자리에 따른 공망 풀이 — 연·월·일·시
공망이 어느 기둥에 드는지에 따라 풀이의 결이 달라집니다. 사주의 네 기둥은 각각 연주(年柱)는 초년과 조상·뿌리, 월주(月柱)는 청년기와 부모·사회생활, 일주(日柱)는 자기 자신과 배우자, 시주(時柱)는 말년과 자녀·결실의 영역을 대략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 공망은 ‘어느 칸이 비었느냐’에 따라 의미가 갈립니다. 그 칸이 가리키는 삶의 영역이 조금 가볍거나 덜 채워진 결로 풀이된다고 보면 됩니다.
연주에 공망이 들면 초년의 환경이나 뿌리와의 인연이 다소 옅은 결로 풀이되곤 합니다. 월주의 공망은 사회생활이나 부모·형제와의 관계에서 한 발 떨어진 자리에 서기 쉽다는 식으로 봅니다. 시주의 공망은 말년이나 자녀·결실의 영역이 비교적 담백하게 흐른다는 관점이 흔합니다. 다만 일주 자체의 공망은 그 기준이 되는 자리라 따로 따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런 자리별 풀이도 명리가에 따라 강조점이 조금씩 다릅니다.
비어 있음을 어떻게 볼 것인가 — 비움이 가벼움이 되기도
공망이라는 말의 어감 탓에 ‘비었으니 나쁘다’고 받아들이기 쉽지만, 명리에서 공망을 꼭 흉(凶)으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비어 있다는 것은 그 자리에 깃든 기운의 힘이 좋게도 나쁘게도 덜 작용한다는 뜻이라, 상황에 따라 오히려 가벼움이나 자유로움으로 풀이되기도 합니다.
쉽게 말하면 — 빈 그릇은 아무것도 못 담는 그릇이 아니라, 그래서 무엇이든 새로 담을 수 있는 그릇이기도 합니다. 공망도 무거운 짐이 덜어진 가벼운 자리로 읽힐 때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사주에서 힘든 기운이나 부담스러운 관계가 공망 자리에 들면, 그 부담이 한결 가벼워지는 결로 보기도 합니다. 또 공망은 형이상학적·정신적인 영역, 종교·예술·학문처럼 실속보다 뜻을 따르는 길과 잘 어울린다고 풀이하는 흐름도 있습니다. 비어 있기에 한 곳에 매이지 않고, 그 자리에 새로운 의미를 스스로 채워 갈 여지가 있다는 관점입니다. 오행 전반의 기운이 어떻게 얽히는지 함께 보고 싶다면 오행 해설을 곁들여 읽어 보면 그림이 더 또렷해집니다.
공망을 단정의 근거로 삼지 않기
여기까지 읽고 “내 사주에 공망이 있으니 어쩌나” 하고 마음이 무거워질 필요는 없습니다. 공망은 사주를 입체적으로 읽기 위한 여러 도구 가운데 하나일 뿐, 그 하나로 한 사람의 삶을 단정 지을 수 있는 열쇠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같은 공망이라도 곁에 어떤 글자가 있는지, 오행의 균형이 어떤지, 그해의 운(세운)과 어떻게 맞물리는지에 따라 풀이가 달라집니다. 공망이 다른 글자와 부딪히거나(충) 묶이면서(합) 그 작용이 풀리거나 바뀌기도 합니다. 그래서 노련한 명리가일수록 공망 하나만 떼어 좋고 나쁨을 못 박기보다, 사주 전체의 흐름 속에서 그 빈자리가 어떤 결을 만드는지를 두루 살핍니다. 공망은 사주에 뚫린 흠집이 아니라, 글로 치면 문장 사이에 놓인 여백에 가깝습니다. 여백은 글을 망치는 빈틈이 아니라 숨을 고르고 다음 문장을 새로 쓸 수 있는 자리이지요. 내 사주에 든 공망도 ‘여기에 이런 여백이 있구나’ 하고, 무엇으로 채울지 스스로 헤아려 보는 자리로 여기면 알맞습니다.
참고문헌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공망(空亡)’ · ‘육십갑자(六十甲子)’ 항목 — https://encykorea.aks.ac.kr
- 표준국어대사전, ‘공망’ · ‘간지’ · ‘지지’ 항목, 국립국어원 — https://stdict.korean.go.kr
- 두산백과 두피디아, ‘육십갑자(六十甲子)’ 항목 — https://www.doopedia.co.kr
- 《삼명통회(三命通會)》 만민영 — 신살·간지의 종합 풀이(공망 등 신살 항목)
- 《연해자평(淵海子平)》 서대승 — 60갑자와 간지 짝짓기의 기초
자주 묻는 질문
- 공망이 있으면 나쁜 사주인가요?
- 명리에서 공망을 꼭 흉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비어 있다는 것은 그 자리 기운이 좋게도 나쁘게도 덜 작용한다는 뜻이라, 부담이 덜어진 가벼움이나 자유로움으로 풀이되기도 합니다.
- 공망은 어떻게 생기나요?
- 천간 열 개와 지지 열두 개를 차례로 짝지으면 지지 쪽이 둘 더 많아 짝을 못 찾는 지지 둘이 남습니다. 60갑자를 열 개씩 여섯 묶음으로 끊을 때 각 묶음마다 남는 두 지지가 그 묶음의 공망입니다.
- 공망은 무엇을 기준으로 찾나요?
- 보통 태어난 날을 나타내는 일주를 기준으로 찾습니다. 일주가 어느 갑자 묶음에 드느냐에 따라 공망이 되는 두 지지가 정해집니다.
- 공망 하나로 운을 판단할 수 있나요?
- 공망은 사주를 입체적으로 읽는 여러 도구 중 하나일 뿐입니다. 곁의 글자, 오행 균형, 그해의 운, 충·합 여부에 따라 작용이 달라져 하나만 떼어 좋고 나쁨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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